고향집 고갯마루
고향을 떠나는 사람이나 고달픈 객지를 말똥처럼 구르며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온 상처 입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갓길로 비켜나 땀을 들이며 숨을 고르던 곳.
옷 보퉁이 하나 달랑 가슴에 안고 먼 타관으로 시집가던 누나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멈추어 서서 흐느끼던 장소.
우리의 어린 시절의 정서를 세척시켜주었던 고갯마루가 그러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없어지고 말았다.
- 김주영의《젖은 신발》중에서
* 고향땅은 시공(時空)을 초월합니다. 호호백발이 되어도 한 순간에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파리나 뉴욕에 살아도 명절이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.
금의환향을 꿈꾸며 떠났던 고향집 고갯마루, 잘 되어 돌아와 효도하리라 다짐했던 곳,
그 고향집 고갯마루에 다시 올라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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